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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정보 | [자기주도진로] “간절했던 한국행 꿈 이뤘지만 불행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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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9-07-19 16:43 조회1,7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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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창업성공 탈북청년 김학민 서강잡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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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 온성에서 살던 여덟 살 소년은 전자제품 만지기를 좋아했다. 배터리 폭발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지만 부모님은 늘 칭찬해주셨고, 소년은 ‘꼬마 시계수리공’으로 이름을 날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열여섯 살부터는 전자기기 수리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엔지니어, 포토그래퍼가 되고 싶었던 소년의 가장 큰 꿈은 로켓 같은 무언가를 타고 다른 행성으로 가는 것. 간절한 그 꿈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달이나 화성 같은 우주여행이 아닌 바로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가는 것이었다. 탈북청년 김학민 서강잡스 대표(32)의 이야기다.

■ 가장 간절했던 ‘한국행 꿈’ 이뤘지만 ‘불행했다’

학민씨는 “어린 시절 좋아하던 일이 한국행을 꿈꾸게 했고 현재 직업이 됐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전자제품 수리를 하다 ‘메이드 인 코리아’ 라벨을 발견하고 ‘이런 걸 만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호기심이 생겼다. 자신도 이런 멋진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 마음속 에너지로 꿈틀거렸고 결국에는 목숨 걸고 탈북을 감행한 것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감옥에 간 적도 있어요. 탈북을 시도했던 두 친구는 감옥에서 죽었고 저만 살아남아서 탈출에 성공했어요. 한국행은 분명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입니다. 북한에서는 늘 죽음을 마주하는 삶이었다면 한국에서는 죽음에서부터 다시 시작되는 삶이었으니까요.”

2011년, 스물다섯 살에 탈북에 성공해 한국에 정착한 학민씨는 “엄청 불행했다.”고 고백했다. 말투도 다르고 아는 사람도 없고 문화도 달라 공감대도 없었다. 우울증이 생겨 1년간 고시원에서 혼자 지내기도 했다. 심지어 경찰에 가서 북한으로 보내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한국에 와서 정착하는 것만으로 인생 최대 꿈이 이뤄진 것인데 여기 와서 보니 탈북민이라는 제 정체성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밑바닥이었어요. 오래 방황하다 문득 든 생각이 제 인생을 두고 성공이냐 실패냐를 정의한다면 ‘지금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게 인생 망한 것’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방황의 깊이가 깊을수록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힘은 컸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읽으며 대학에 갈 꿈을 키웠고 2년 동안 준비해 2014년 스물여덟 살에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학교 정문에 들어설 때면 흥분되고 설레지만 대학에 들어가서도 학민씨는 여전히 불행했다. 자신이 북한에서 15년 동안 전자제품 수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갈 때 한국 친구들은 공부만 했던 아이들이다. 그들이 2시간 만에 뚝딱 해내는 과제를 며칠이 걸려도 못하기 일쑤였다. 일찌감치 그들과 같아질 수는 없겠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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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의 조언에 빠져 인생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재능을 살려 알음알음 학생들의 아이폰 수리를 해주던 학민씨에게 룸메이트가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를 해줬다. “아이폰 수리사업을 하면 대박 나겠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한 한국사회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던 것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학민씨에게는 수많은 조언이 쏟아졌다.

‘빨리 졸업하고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라.’
‘탈북자로서 학벌마저 없으면 이 사회에서 어떻게 자리 잡을래?’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뭐하는 거야?’
‘납땜만 해서는 높은 자리에 못 올라간다.’

사업에 부정적인 조언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힘들었다. 특히 도움을 받았던 가까운 이들의 조언은 그의 가슴을 깊이 파고들어 아프게 했다. 고마운 조언으로 듣고 그들에게서 자신을 분리시키려 했지만 그럴수록 그들과 멀어졌다.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꿋꿋이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힘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사업도 잘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꿈이고 목표여야 하는데 저는 그동안 타인이 정해놓은 기대치에 못 미쳐서 불행했던 겁니다. 남의 조언에 파묻혀서 가슴이 시키는 것을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실수입니다. 스티브 잡스도 ‘타인의 조언에 빠져 인생을 헛되게 살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강연에 나설 때 누군가 여러분에게 ‘그거 한 번 해봐’라는 말은 듣되, ‘하지 말라’는 말은 듣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한국에 와서 외국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보여준 열린 마음이 부러웠다는 학민씨는 그들 중 누구도 자신에게 어떻게 살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그들에게서 다른 세상,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도와주려 하는 진정한 선진국민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80%가 대학을 나오고 많이 배워도 배타적인 한국인들을 보면 한국의 학벌주의는 삶의 질과 무관한 듯합니다. 한국인들은 적어도 밥은 안 굶었을 것이고 어릴 때부터 좋은 교육 받고 저보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잖아요. 그렇다면 마음이 더 열려있고 의식도 깨어있어야 할 텐데 왜 한국인들은 탈북자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을까요.”

한국에 온 순간순간 보이는 차별은 물론 보이지 않는 차별까지 맞닥뜨려야 했다. 대놓고 탈북자라고 무시하진 않지만 눈빛 말투 행동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런 무시와 차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스티브 잡스 책 내용 중 ‘좋아하는 것을 찾고 계속 가슴을 따르라’는 구절을 곱씹으며 생긴 자존감 덕이었다. ‘너희들이 더 똑똑하겠지만 나를 무시하는 너희들이 더 한심하다’는 생각으로 무시를 당해도 참을 수 있었다.

한국의 청소년들 중에는 ‘꿈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경우가 많다. 학민씨는 그에 대해서도 “현재가 행복한가에 답이 있다.”고 말했다.

“왜 꿈을 굳이 갈망하고 찾아야 하나요. 현재가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뭔가를 추구하고 이루려 하는 것 아닐까요. 예를 들면 PC방에 24시간 살아도 너무 행복하다면 그럼 그것이 그 사람의 행복인 겁니다. 굳이 그 사람의 옆구리를 찌를 이유가 없어요. 그가 잘하는 다른 것이 있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다른 것을 찾을 수도 있어요.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 삶이라면 어떤 삶에도 꼭 그래야만 한다는 법칙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학민씨가 대학에서 만나본 20대 초반 한국 학생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모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의 부모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부모님들은 자식 인생에 너무 많이 관여하시는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는 조금 반항아처럼 살아봐야 합니다. 꼭 나쁜 것, 좋은 것을 미리 가를 필요 없이 스스로 고집해서 해보고 아니면 본인의 심장이 판단하는 것이죠. 부모나 다른 사람으로 인해 얻은 것은 결코 자기 것이 아닙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 이룬 것은 다음에 또 부딪히면 문제가 생깁니다. 대부분 뭔가를 이루는 사람의 공통점이 바로 경험을 많이 해보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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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 ‘자기다움’ 찾아라

한국에 와서 마주한 많은 사회문제들이 교육에 달려있다는 생각에 공감한다는 학민씨는 자신이 생각하는 해법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했다.

“부모는 자식을 공부라는 생존 마당에 너무 내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하루 중 몇 시간은 그 학생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자기답게 살 수 있게 해주면 좋겠어요. 학생들도 성적이 삶을 좌우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학교 공부가 제 삶을 바꾸진 않았어요. 좋은 생각을 가지는 것이 자신의 삶을 더 좋게 바꾼다는 확신을 가지길 바래요. 제가 오늘까지 잘 살아온 원동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답은 희망입니다. 매 순간 희망을 계속 버리지 않았고 그것이 계단식으로 유지되면서 현재의 행복한 저 자신이 됐으니까요.”

젊은 탈북민들에게 그는 ‘질적으로 방황하라.’고 조언한다. 방황을 하되 바닥까지 해야지 어중간하면 딛고 일어나는 힘도 작아지고 방황 자체도 의미 없어진다는 것.

“타인의 조언이나 기대치에 휘둘리지 말고 바닥까지 내려가 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걸 딛고 일어나는 에너지는 엄청납니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자기다움을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 온 이후 종교 교육 이념 사상 등의 이름으로 많이 휘둘리겠지만, 개의치 말고 스스로를 계속해서 찾아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수리합니다.’ 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3년차 스타트업 서강잡스의 비전은 무엇일까?

“아이패드를 판 사업자금 60만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300배 성장했습니다. 과거에는 성공이나 부를 추구했는데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부르짖어봐야 아무것도 못하고 눈감은 이들이 부지기수죠. 엄청난 부를 일구겠다는 목표 보다는 내가 잘하는 게 있으면 그것으로 세상에 좋은 일 하는 데 확률을 더 높이자는 생각입니다. ‘커넥팅 더 닷츠’ 잡스가 말한 점 하나 찍는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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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원의 투자 제의를 받았지만 외부의 기대치를 맞추려 애쓰기보다는 내부에서 하나를 둘로, 둘을 넷으로 키워나가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학민씨는 “잡스 제품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세상의 모든 것을 싹 다 고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최근 사무실을 옮기면서 창업의 발판이 됐던 서강대 기숙사에 소정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동네 전파상도 스스로 행복하다면 그 삶은 성공이라고 봐줘야 한다는 학민씨의 생각은 너무 큰 성공만을 지향하는 한국 사회에 작지만 큰 울림을 던진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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